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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돈 4조원으로 은행 이자 받는 증권사들, 고객엔 한 푼도 안 줘 - 조선비즈

minersonline.blogspot.com
입력 2020.09.24 06:00

은행 등에 맡겨 年 최대 수백억원 이자
고객에 이용료 지급, 규정 있지만 안 지켜

국내 증권회사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 맡겨놓은 개인투자자의 외화예탁금이 4조원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화예탁금은 투자자가 해외주식 등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예치해놓은 달러화 등 외화자금이다. 증권사들은 이 돈을 다시 금융기관에 맡기고 이자를 받는다. 증권사들이 받는 전체 이자 규모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고객에게 이를 돌려주는 곳은 미래에셋대우(006800)한곳뿐이다. 금융위원회 규정에는 외화든 원화든 투자자가 맡긴 예탁금에 이자를 줘야한다고 돼있다.

24일 국민의힘 윤창현의원실에 따르면 17개 증권회사가 외국환은행(은행)과 한국증권금융에 맡겨놓은 외화예탁금 규모는 4조3492억원(6월말 기준)이다. 증권사들은 이 돈을 맡긴 대가로 증권금융과 외국환은행에서 연 0.1~0.9%의 이자를 받고 있다. 증권사별로 예탁금 규모에 따라 지급받는 이자액은 다를수 있지만 단순계산하면 증권사들이 은행 등에서 받는 총 이자액은 43억4920만원~391억원4280만원 수준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왼쪽)와 키움증권 본사. / 각사
증권회사별로 외화예탁금 규모를 보면 미래에셋대우가 1조6770억7858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증권(016360)(6789억9970만원), 키움증권(039490)(3562억4844만원), 한국투자증권(3027억5641만원), NH투자증권(005940)(2993억6929만원), 하나금융투자(2494억3518만원), 신한금융투자(2286억4839만원), KB증권(1449억8912만원) 등도 1400억~6700억원 가량의 돈을 외화로 금융기관에 넣어두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해외주식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현대차증권(001500)은 외화예탁금 예치규모가 88만원으로 17개 증권사 중 가장 적었다.

증권사들이 4조원이 넘는 외화를 금융기관에 예치해 이자를 받고 있지만 이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곳은 미래에셋대우뿐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렇게 얻은 이자를 ‘예탁금이용료’라는 명칭으로 연 0.1%가량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투자업규정’(4-46호)에는 예탁금에 대해선 이자 성격인 이용료를 제공해야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외화예탁금에 대해선 예탁금 규모가 적다며 이용료를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도 규정에 이용료를 제공해야한다고만 해놓고 이를 제공하지 않았을 경우 과징금 등 제재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이런 상황을 묵인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예탁금을 관리하는데도 나름의 비용이 들어갈 것 같아 자율적으로 이용료율을 정해 지급하도록만 했을뿐 강제하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그래픽=박길우
삼성증권은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기존에 원화예탁금을 받을 때 예탁금 이용료를 주기 위해 수익을 내려고 예탁금을 채권 등 자산에 투자해도 된다는 계약(약관)을 체결했는데 투자자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이 계약을 외화예탁금에도 적용해도 되는지를 질의한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정부가 아직 유권해석을 안 내렸는데 외화예탁금을 해외자산에 투자해도 된다고 허가해주면 이 수익으로 투자자들에게 이용료를 줄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수천억원 이상의 외화를 맡기고 있는 증권사들은 외화예탁금 이용료 지급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달러화 등 외화라고 해서 예탁금에 이용료(이자)를 주지 않을 근거는 없는데 그동안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됐고 예탁금 규모가 적다는 이유로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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