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랫집 사람들은 “아예 화장실 전체를 고쳐달라”며 과도한 견적서를 내밀었다. 전 주인과 연락을 못한 정 씨는 아랫집이 공사비용에 피해보상까지 요구하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빌라는 물론이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면서 피하고 싶지만 맘처럼 쉽지 않은 문제 중 하나가 누수관련 분쟁이다. 2015년에는 유명 연예인이 빌라 리모델링을 했다가 아랫집에 누수문제가 발생해 내용증명이 오갔던 사건이 떠들썩했고, 올해 초에는 제주에서 아파트 누수 분쟁으로 이웃을 협박하고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에 징역형이 선고됐을 정도로 층간소음 분쟁에 이은 공동주택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막상 내 앞에 닥친다면 당황할 수 밖에 없는 누수분쟁과 대처 방법 등에 대해 부동산 전문 법무법인 오른하늘 김문수 변호사에게 몇 가지 사례를 준비해 물어봤다.
A. 아파트의 경우 과거에는 누수 관련 분쟁이 제기되는 경우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중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누수 원인 탐지 과정에서 세대간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보수의 범위에 대해서도 세대간에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자 관리사무소 또는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개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Q. 앞서 예로 든 사례는 어떻게 풀어가야하나.
A. 일단 누수탐지 업체를 통해 누수의 원인부터 확인해야 한다. 아랫층 화장실 누수 원인이 공용부에 있다면 윗집 책임이 아니지만, 대부분의 누수는 윗집 배관부 접합에 문제가 있거나 부식으로 인한 케이스가 많다. 아랫집에서 별도 시공 중 윗집 배관을 건드린 것이 아니라면 윗집에서 보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파트 매매 후 `매매당시에 존재한 하자`가 원인이 되어 누수 하자가 발생했다면 민법 제582조에 따라 `누수 사실을 알게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매도인에게 보상과 수리를 청구할 수 있다. 매도인이 이를 거부할 경우 매수인 측에서 우선 아랫집에 보상을 해준 후 매도인에게 소송을 통해 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다만 매도인이 수리비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도인의 원만한 이행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매수인 측에서도 일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물질적 손해에 대한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민법에서는 `통상적인` 손해에 대한 배상을 명하고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위로금은 법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아랫집이 과도한 손해배상 및 위로금을 요구할 경우에는, 윗집에서 하자보수 업체를 통해 하자를 보수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하고, 과다한 견적에는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가급적이면 2개 이상의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고 아랫집과 협의해 하자보수업체를 선정할 것을 권한다.
Q. 경매로 낙찰받은 구축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아랫집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케이스도 있다. 넉달 전부터 베란다는 물론 큰방, 작은방, 화장실 등 집안 대부분에서 물이 새고 있으니 고쳐달라는 것. 아랫집은 전 집주인에게도 이야기했지만 경매 중이라 누수잡을 권리도 능력도 없다고 잡아뗐다는데, 이 상황에서 아랫집 누수와 도배공사는 진짜 낙찰자가 떠안아야 하는건가.
A. 경매의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 제1항의 특칙이 적용되는데, 경매를 통해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은 경매 목적물의 권리상의 하자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즉 해당 아파트가 다른 사람의 소유이거나, 당초 명시된 사항과 다른 내용의 권리가 설정돼 아파트를 활용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채무자나 채권자에게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다.
따라서 누수를 비롯한 아파트 자체에 이르는 하자에 대해서는 낙찰자가 그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매를 통해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이러한 하자보수비용 발생 가능성과 입찰가격에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A. 전세물건의 경우 외부 빗물 유입으로 인한 누수에 대해서는 임대인, 즉 집주인이 하자를 보수할 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2차 누수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공사비용은 집주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공사 기간 중 집을 비우고 다른 곳에 잠시 머무를 경우인데, 이 경우에도 해당 공사의 규모나 성격상 도저히 집안의 다른 공간에서 있을 수 없다면, 숙박비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추후 분쟁의 여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누수 상황과 공사 모습 등을 촬영해 도저히 집 내부에서 머무를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둬야 하며, 하자보수 과정에서 집 주인과 통화 내용을 미리 녹음해 보상 범위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Q. 5층짜리 공동주택인데, 1층과 2층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누수탐지를 해보니 전문가들이 3층에 누수원인이 있다고 판단, 1층과 2층 주민들이 3층 주민에게 누수공사를 해달라고 여러번 요구했지만 3층은 "주택 공용부분 배관 문제"라며 누수배상은 커녕 누수탐지조차 거부했다. 이런 경우 1층과 2층은 어떻게 대응해야하는가.
A. 아파트 공용부분의 하자라면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내지 단체 보험으로 처리가 되겠지만, 윗집에서 누수의 원인을 제공한다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의 협조를 얻기도 어려울 것이다. 결국은 개별 세대에서 누수공사를 실시한 후 그 비용을 상대방에게 소송으로 청구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을 일단 내용증명으로 보내두고 누수에 관한 증거를 확보해둬야한다.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수공사를 하거나 손해배상을 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통해 상대방을 압박할 수 밖에 없다. 2004년경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 온수관 점검 거부 및 미보수로 인한 누수발생으로 아래층 세대에 피해를 끼친 윗층 주인에게 손괴죄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사례가 있다. 즉 윗집에서 본인집 누수로 인해 아랫집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보수공사를 거부한 것을 고의로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려는 의사가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참고로 비오는 날 발생하는 누수에는 베란다 샷시의 실리콘 코킹 방수가 오래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단체로 코킹방수를 하는 경우가 있으니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주기적으로 코킹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윗집이 이사오면서 인테리어를 새로하다가 누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윗집에 사실을 통지하고, 인테리어업체의 영업배상책임보험을 이용해 누수 처리를 해야한다. 영세 인테리어업체의 경우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윗집과 협의해 인테리어업체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누수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인 세대뿐만이 아니라 원인을 제공한 세대도 보수공사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쌍방 모두 피해를 본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책임보험을 미리 가입해 둘 것을 적극 추천한다. 손해보험사의 주택화재보험이나 운전자보험, 통합보험 등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일상생활책임보험 특약` 추가 가입을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이미연 기자 enero2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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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2, 2020 at 11:5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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