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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 해드릴테니 등기부터 넘기시죠"… 입주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수요자들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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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23 06:00 | 수정 2020.09.23 06:53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주공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A씨는 최근 머리가 아파졌다. 원래는 7억원 짜리 주택에 4억5000만원짜리 전세 계약을 끼고 미리 집을 사둘 계획이었다. 그리고 세입자의 전세가 끝날 때 은행에서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현재 가진 전세보증금 등을 합해 집에 실입주하려고 했다.

그런데 임대차 3법 여파로 상황이 복잡해졌다. A씨는 세입자의 전세만기일 6개월 전에 명의변경 등기를 마무리해야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 그렇다면 A씨는 세입자의 전세 만기일 7~8개월 전까지 등기를 마치고 실거주 통보를 완료해야 한다. 문제는 A씨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매수하면 시중은행은 대출 승인 후 6개월 이내 실입주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실수요자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조선DB
은행 요구에 맞춰 6개월 전에 세입자와 협의한다고 해도 갑자기 세입자가 마음을 바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겠다고 하면, A씨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A씨는 "공인중개업소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매도인과 근저당 설정을 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내 집 마련을 하는데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해야 하는 일인가 싶다"고 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대 상태인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최근 근저당을 설정하고 등기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근저당 설정이란 장래에 생길 채권을 최고액까지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이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가 근저당 설정을 언급한 것은 매도인이 매수자 A씨 상황을 감안해 미리 등기를 넘겨주고 받지 못한 금액만큼 근저당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소유권이 일단 매수자에게로 넘어갔기 때문에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실거주 목적을 이유로 거절할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전세를 낀 채 집을 매수하고 전세날짜 만기날, 새 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만 내주면 됐는데, 이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여러 불확실한 상황을 감안해 복잡한 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대된 상태의 집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노원구의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세 낀 집은 주인이 직접 살고 있는 집보다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다. 가격을 덜 내리는 대신 매수자의 상황을 감안해 미리 등기를 넘겨 실거주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매도자가 나오는 이유"라고 했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다소 얼어붙은 상황에서 집을 매도해야 하니 이런 방법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임대차 문제로 곳곳에서 혼란이 이어지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하면 기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도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매매계약을 체결한 주택 매수자가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기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3에 규정돼 있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조건에 ‘새로 주택을 매입하는 양수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포함해 등기 전이라 하더라도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김 의원은 "현장에서는 세입자가 있는 주택은 거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현행 법은 집을 장만하고 싶은 1가구 1주택자,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의 피해 뿐 아니라 나중에는 결국 임차인마저 거주할 주택을 찾지 못하는 사태를 양산할 수 있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이와 같은 논란이 곳곳에서 생기자 "4년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생각하고 집을 사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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