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지난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이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내면서 본격화된 SK와 LG 간 '배터리 전쟁'이 점점 격화되는 모습이다. 당초 양측은 ITC가 최종 결정을 내릴 10월 전 합의에 다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합의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28일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을 주장하며 제재 요청서를 제출했다. SK는 지난해 9월 ITC에 자사 배터리 특허(특허번호 994)를 침해했다며 L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실제로는 SK가 LG의 배터리(A7배터리) 기술을 침해해 994 특허를 개발했고, 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합의는커녕 오히려 전선(戰線)이 확대된 것이다.
SK에 조기패소 예비판결을 결정한 ITC는 SK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를 재검토 중이다. ITC가 최종 결론에서도 예비패소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 SK는 사실상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측이 합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 소송은 바로 끝난다.
하지만 양측 합의는 교착상태다. 합의금 수준을 놓고 이견이 큰 가운데 양측의 감정이 격화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수 사례를 보면 특허 침해 분쟁은 해당 기업 간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사례는 특허 침해와 함께 인력과 영업 기밀 유출, 증거 인멸 등의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합의는 금전적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혹은 "상반기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이 넘는 손실을 내 보유 현금이 바닥났다" "해결을 위해 총수가 만날 수 있다"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한다" "사업부를 떼어주는 방식으로 합의가 진행 중이다" 등 무성한 얘기가 돌았는데, 이와 관련해 LG는 SK가 앞으로는 합의에 임하겠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전을 펼친 결과 탄생한 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SK는 SK대로 LG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합의금 수조원을 요구하면서도 이를 산정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SK 측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전이 장기화되면서 그룹 내부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4년 동안 이어진 분리막 특허 분쟁의 악몽을 떠올리는데, 당시 업계에서는 LG가 소송전으로 불필요하게 SK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분쟁도 LG가 과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합의 과정에서 잡음이 이는 것이 두 그룹 간 문화 차이에서 발생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성적인 해결을 선호하는 SK와 정량적 해결을 고집하는 LG의 성향 차이가 분쟁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제3자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양측의 분쟁을 장기화하는 요인이다.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총수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환경에서는 갈등이 있을 때 이를 조율할 비공식적인 대화 채널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재계 인사는 "과거 전경련이 제 기능을 하던 때에는 재계 어른들이 중재에 나서는 경우도 있었고, 과거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우 승지원으로 재계 총수들을 불러서 재계 사안을 얘기하고 빅딜에 필요한 물밑 작업의 장을 마련했는데 지금은 이런 기회가 없어 분쟁이 일어나면 비방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사안이 미국 사법 당국의 판단도 받을 예정인 만큼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그룹 관계자는 "SK와 LG 모두 합의가 최선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며 "극적으로 합의가 타결될 가능성이 그래도 가장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September 03, 2020 at 12: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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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격화되는 SK-LG... '배터리 전쟁' 한 달 내 마무리지을 수 있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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