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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몇억도 어려운데 건물은 수백억씩… '대출 무풍지대'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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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17 06:00

배우 손예진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160억원짜리 건물을 매입하면서 12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연예인이 대규모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일으켜 건물에 투자하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최근 실거주용 아파트를 사는데도 몇억원을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이같은 투자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아파트와 수익형 부동산의 규제 형평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손예진은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근처에 위치한 건물을 매입, 지난달 말 잔금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면적 1569.85㎡(약 475평)에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인 이 건물의 가격은 160억원으로, 손예진은 현금 40억원에 시중은행 대출 120억원을 합쳐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입가의 70%가량을 은행이 빌려준 셈이다.

건물 매입 자금의 대부분을 은행 대출로 마련한 사례는 손예진 외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유리도 지난 7월 현금 24억원으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128억원짜리 건물을 사들였다. 대출만 105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배우 권상우는 지난 2018년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280억원짜리 건물을 매입했는데, 당시 대출액은 전체 매입액의 86%에 해당하는 240억원이었다.

조선DB
연예인들이 수백억원 규모의 대출을 이용해 건물 사냥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상가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상가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은 명문화된 제한이 없고, 은행권 대출심사가 전부다. 시중은행에서는 상가담보대출 LTV를 물건 종류와 지역에 따라 책정하는데, 통상 60~70%선에서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시중은행의 경우 서울 강남구 상가와 근린생활시설에 대해 각각 65%, 75%의 LTV를 적용하고 있다. 서울 등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LTV가 최대 40%에 불과한 점과 비교하면 거의 두배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금성, 유동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상가담보대출 LTV가 높다"며 "손예진이 매입한 건물은 상가보다 수익성이 높은 근린생활시설인데다, 서울에서 LTV가 가장 높게 나오는 강남구에 위치해 대출을 크게 일으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인 또는 임대사업자 지위로 기업대출을 이용하면 부동산 가치를 넘어서는 금액을 빌릴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담보가액을 넘어서는 금액의 대출이 금지돼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차주의 원리금 상환 능력과 임대수익 등 현금 흐름이 양호하다면 담보가액을 초과하는 금액도 신용대출 형태로 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예진 건물은 도로변에 위치한 건물이 아닌 건물 사이에 위치한 ‘낀건물’이지만, 건물 앞 전면부가 넓어 공간 활용이 수월하고 인근에 성형외과가 많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월 임대료는 4500만원씩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손예진이 120억원을 최근 대출 평균 금리인 연 2%에 빌렸다면, 한 달 이자는 2000만원 정도"라며 "월세만 4500만원을 받는다면 이자는 물론 원금도 매달 갚을 수 있는 정도라 수십억 규모의 신용대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예진의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규제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10억원도 안되는 서울 아파트를 실거주 목적으로 사려 해도 규제 탓에 대출 가능 금액은 3억원대에 불과한데, 투자 목적이 명확한 상가는 규제 무풍지대에 놓여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 규제는 주택이냐 아니냐에서부터 시작할 정도로 대부분의 규제가 주택에 몰려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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