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한 달에 1억 원씩 뛰는데 인상률 상한선인 5%만 더 받고 2년 재계약을 하는 건 큰 손해다. 직계가족이 거주한다는 명분으로 현재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 임차인을 찾거나, 이면계약을 요구할 생각이다.”(서울 잠실동 A단지 임대인)
“자녀 교육을 위해 자가는 전세를 놓고 지금 집에 전세로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들어오겠다고 한다. 부동산에 중개수수료를 더 낼 테니 전셋집이 나오면 매물을 올리기 전에 가장 먼저 알려달라고 얘기했다.”(서울 목동 B단지 임차인)
개정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3개월 만에 전세시장의 왜곡 현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거래는 단절되고 가격은 솟구치면서 기존의 정상적인 방식으로 계약하는 것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임대인(집주인)과 임차인(세입자)는 저마다의 사정과 이해관계에 따른 셈법으로 편법과 꼼수를 자행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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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19일 현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2623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 1만6339건에서 84% 급감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8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권과 비강남권 구분 없이 전세 매물이 마르면서 일주일 새 수천만 원씩 가격이 뛰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전월세상한제(임대료 인상률 5% 이내 제한)에 막힌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의 호가(부르는 가격)를 높이는 게 거래 절벽 속 전셋값 급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
또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거부하기 위해 직계가족의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실제로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사례도 포착된다. 강남구 대치동 C공인 관계자는 “임차인에게는 부모나 자식이 들어온다고 말해 내보내고, 올라간 시세대로 신규 전세계약을 하기 위해 같은 성씨의 세입자를 구해달라는 문의가 적잖게 들어온다”고 전했다. 기존 세입자가 실제 집주인의 가족이 들어와 사는지 확인할 때 성(姓)이 같으면 넘어가기 쉽다는 설명이다.
이면계약도 성행한다. 정식 계약은 전세보증금을 5%만 올리는 것으로 갱신하고, 주변 시세와의 차액에 해당하는 월세를 추가로 보전받는 방식이다. 월세는 매달 따로 내거나 2년 뒤 보증금에서 차감하기로 합의하고, 법적 구속력을 위해 차용증도 작성한다.
당장 살 집이 급하고 새로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은 집주인 요구에 응하는 사례가 많다. 갈수록 전셋집이 귀해지면서 집 안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 방역비 등을 이유로 일종의 ‘관람료’를 받는 임대인도 있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제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다른 집으로 가는 이사비나 추가로 드는 월세 비용 일부를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직주 근접성이나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주거 지역을 유지해야 하는 세입자들의 경우 꽉 채운 중개수수료에 웃돈을 보태기도 한다.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전세 세입자는 “내년부터 큰 애가 중학교에, 작은 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학군을 유지해야 되는데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한다”며 “인근 중개업소들에 중개수수료를 더 줄테니 어떻게든 전셋집만 구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분쟁 건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분쟁 상담은 1만7842건으로 지난해 동기(1만1103건) 대비 61% 급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실을 무시한 임대차시장 규제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커지면서 전세시장에 위법이나 탈법적인 요소가 개입되고 있다”며 “주거복지 차원에서 소득수준 하위 10%는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되, 90%는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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